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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 집을 정리하기로 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보고 싶은데 막상 짐을 줄이려고 하면 그냥 연습장 몇 개, 안 입는 옷 하나 정도 버리는 게 전부다. 뭔가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것 같은데...책장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내 눈 안에 내가 애착하는 책들이 들어왔다. 언제라도 다시 읽을 수 있는 책들이었다. 다시 읽을 수 있는데,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사실 책이 집에 많은 것이 좋다. 책들마다 추억이 있다.
내가 돈이 좀 많다면 고향에 작은 집을 구해서 북까페처럼 꾸며 놓고 싶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럴 처지가 아니다. 결혼 전에는 생존을 위해서 노마드처럼 여기저기 옮겨다녔고, 지금은 배우자의 직장이 옮겨지면서 따라서 옮겨야 한다. 암튼 난 평생 한 군데에 머무를 운명은 아닌 것 같다. 비단 운명때문이랴. 우리의 삶 자체가 결국은 다 버리고 떠나야 한다. 암판정을 받으신 어머니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최소한의 것들만 남기고 다 버리는 것이었다. 막상 얼마 못 살거라 생각하셨는지 안 쓰는 그릇이나 언젠가는 쓰겠지 하고 보관했던 것 등,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집을 싹 비워 놓으셨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머멘토 모리.
결국 내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책을 먹는 것이다. 일단 먹고 난 책은 지인에게 선물로 주든지 할 것이다. 책을 먹는 방법은 이렇다. 책을 다시 한번 잘 읽고, 블로그에 책을 요약하고 느낌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럼 그 책은 인터넷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나와 함께 할 것이다. 또 글을 쓰는 동안 책과 충분한 교감을 하고, 한번 쓱 읽었던 때와는 달리, 책의 글과 나의 글이 섞이면서 나에게 피와 살이 될 것이다. 그래도 다시 한번 보고 싶으면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될 것이다.
난 정말 종이책이 좋다. 전자책 취향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시도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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