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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문학의 숲을 거닐다> by 장영희

 

'특별함' 또는 '완벽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동화가 있다.

귀퉁이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 온전치 못한 동그라미가 있었다. 동그라미는 너무 슬퍼서 잃어버린 조각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다. 여행을 하며 동그라미는 노래를 불렀다. "나의 잃어버리 조각을 찾고 있지요. 잃어버린 내 조각 어디 있나요~" 때로는 눈에 묻히고 때로는 비를 맞고 햇볕에 그을리며 이리저리 헤맸다. 그런데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빨리 구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힘겹게, 천천히 구르다가 멈춰 서서 벌레와 대화도 나누고, 길가에 핀 꽃 냄새도 맡았다. 어떤 때는 딱정벌레와 함께 구르기도하고, 나비가 머리 위에 내려앉기도 했다.

오랜 여행 끝에 드디어 몸에 꼭 맞는 조각을 만났다. 이제 완벽한 동그라미가 되어 이전보다 몇 배 더 빠르고 쉽게 구를 수 있었다. 그런데 떼굴떼굴 정신없이 구르다 보니 벌레와 얘기하기 위해 멈출 수가 없었다. 꽃 냄새도 맡을 수 없었고, 휙휙 지나가는 동그라미 위로 나비가 앉을 수도 없었다.
"내 잃어버린 힉 조각을 힉, 찾았지요, 힉!"
노래를 부르려고 했지만 너무 빨리 구르다 보니 숨이 차서 부를 수가 없었다.
한동안 가다가 동그라미는 구르기를 멈추고, 찾았던 조각을 살짝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몸으로 천천히 굴러가며 노래했다.
"내 잃어버린 조각을 찾고 있지요 ...."
나비 한 마리가 동그라미의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이 동화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쓴 Shel Silverstein이 쓴 것으로 '완벽함의 불편함'을 전하고 있다. 사실 특별하게 잘나서 '보통'의 다수와 분리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겉보기처럼 그렇게 멋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서 삐뚤삐뚤 구르는 동그라미처럼 조금은 부족하게, 느리게, 가끔은 꽃 냄새도 맡고 노래도 불러가며 함께 하는 삶이 더욱 의미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새해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별로 '특별'하지 않은 가장 보통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슨 특별하게 좋은 일이 일어나거나, 대박이 터지거나, 대단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누구나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상식에서 벗어나는 기괴한 일이 없고, 별로 특별한 것도, 잘난 것도 없는 보통 사람들이 서로 함께 조금씩 부족함을 채워 주며 사는 세상 - 개인적 바람은 우리 어머니 건강이 갑자기 좋아지진 않더라도 보통쯤만 유지하고, 특별히 인기 있는 선생이 되지 않아도 보통쯤의 선생으로 학생들과 함께하고, 나의 보통 재주로 대단한 작품을 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독자들에게 보통 사람들의 보편적 진리를 위해 존재하는 문학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전달할 수 있다면, 내게는 보통이 아니라 아주 특별하게 좋은 한 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