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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공정하다는 착각>은 우리가 세금을 얼마를 내야 하고, 또 얼마를 거둬야 하는지를 미주알 고주알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첫느낌은 조세의 역사를 통해 세계사를 공부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가끔씩 현재 우리가 마주한 세금에 대한 비평이 등장하기도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세계의 세금제도를 설명하다 보니 정작 해당 설명이 어느 나라의 경우를 가리키는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재미있어서 한숨에 다 읽었지만, 나중에 꼼꼼히 하나씩 깊이있게 살을 붙여가며 읽고 싶은 책이다. 

 


현재의 세법은 너무 복잡하고 엉망진창으로 꼬여 있어 탈세의 개념이 애매모호하다. 어느 정도 복잡한 금융 및 재정 상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쉽게 기소되거나 추징당할 수 있다. 제도적으로 조세권의 남용을 견제하는 불복절차가 있으나 막대한 변호 비용 때문에 이용하기 쉽지 않다. 불공정한 세금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세금을 먼저 납부하고 소송해야 한다. 이는 채무자가 논란이 되는 돈을 먼저 갚고 이 돈을 돌려달라고 소송하는 것과 같다. 국가에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법 앞에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불복제도이다. (p.110)

 

로마 시대에는 세관원이 수입화물을 검사하겠다고 하면 수입상은 화물을 하역하고 검사 준비를 해야 한다. 신고 내용이 정확하다면 세관은 하역 비용을 부담했다. 관세청에서도 최근 수입화물 검사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러한 제도는 다른 세무 분야에서도 확대되어야 한다. 납세자의 신고를 점검할 필요가 있어 현장 조사를 하는 경우 납세자의 신고가 정확하다면 조사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공정하다. 많은 납세자가 심한 경우 몇 년에 거쳐 값비싼 세무조사를 받지만 아무런 위법 사항이 없다고 결론 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납세자가 이긴 것으로 보이지만 조사 비용과 시간은 납세자의 몫이다. 성실한 납세자는 세무조사의 시작부터 패자가 된다. 정부는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도 방어 비용과 시간 부담으로 망가트릴 수 있다. (P. 111)

 

로마는 법이 정한 금액 이상을 징수한 세무공무원을 처벌했다. 우리는 잘못된 납세자를 처벌하지만 세무공무원을 처벌하지 않는다. 세금을 많이 추징한 공무원은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한다. 현행 법규는 이러한 관행으로부터 납세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국가는 처벌하고 징수하려는 욕망을 제어하기 위해 우선 세법을 단순하게 정리해야 한다. 성과를 내기위해 법을 무리하게 해석하는 공무원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견제하는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국가는 형사소송에서 가난한 사람에게 변호사를 지원하고 있다. 국가는 세금 사건에서도 형사사건과 동등하게 시민을 보호하는 장치를 만들고 여력이 없는 시민도 최상급 변호사를 고용한 사람과 같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111)

 

자본은 부자가 잠들어 있거나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어도 부를 창출한다. 반면 노동은 아프거나 다치면 소득이 단절된다. 이러한 이유로 자본을 노동보다 더 과세하는 것은 정의롭다....미국에서 2016년 자본소득의 최고세율은 23.7%인 반면 노동에 대한 최고 세율은 그 두 배인 39.6%가 됐다. 초부자들은 소득의 대부분이 자본소득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자본소득이 2%이내이다. 조세연구센터에 의하면 2013년 자본을 낮게 과세함으로써 얻는 이익의 75%를 백만 달러 이상을 버는 부자들이 가져갔다 한다. (P.316)

 

 

 

 

세금이 공정하다는 착각
이상협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