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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

오래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게 되었어요. 어젯밤 잠이 들면서 갑자기 이 책이 떠오르더라구요. 여러 유명인들의 리추얼들을 소개하고 있는 두꺼운 책인데, 처음 읽을 때는 그냥 건성으로 읽었던 것 같아요. 근데 요즘 삶이 좀 단조로운 것 같은데, 뭔가 공허한 것 같기도 하고...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책의 첫 장을 펴니, 김정운 교수님이 쓴 추천사가 있는데, 다시 읽어보니 그냥 하나의 칼럼으로도 훌륭하다는 느낌이 들어 책의 본문을 읽기 전에 집중하며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추천사 : '삶의 의미는 어떻게 얻어지는가?'  (by 김정운 문화심리학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심리학적 가치는 재미와 의미다. 재미있어야 내 인생이다. 우리의 삶이 힘든 이유는 남의 삶을 살기 때문이다.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남이 시키는 일만 한다는 이야기다. 내가 재미있으면 히말라야 산꼭대기 오르는 일도 즐겁다. 마라톤을 하며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도 재미있다. 내가 선택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미만 추구하면 꼭 문제가 생기게 된다. 말초적 재미는 금방 싫증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삶의 의미가 없으면 지속될 수 없다. 그래서 재미와 의미는 동전의 양면이다. 

 

의미가 있는 삶이 지속가능한 삶이다. 죄다 지속가능한 경영만 이야기하지, 지속가능한 삶은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100세까지는 사는 인생이다. 이 100년의 시간을 의미 있게 지속가능한 삶으로 만들 수 있어야 진짜 성공한 삶이다. 의미 없는 삶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높은 지위에 올라가도 삶의 의미가 주어지지 않으면 허무해지는 거다. 

 

의미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추얼'을 통해서다. 리추얼은 일상의 반복적인 행동패턴을 말한다. 사소하고 단조로운 반복으로 보이지만 자신이 의미있는 존재로 확인되는 것이다. 그 삶의 사소함에서만큼은 내가 삶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주체로서의 삶을 일상의 리추얼에서 확실하게 경험된다. 삶의 의미는 올림픽 메달 수여식과 같은 대단한 세리모니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세리모니는 평생 한두 번이면 족하다. 팝스타, 영화배우들이 알코올중독, 마약 등으로 망가지는 이유는 그런 특별한 행사를 통해서만 삶의 의미를 만들고, 일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상의 사소한 반복을 가치 있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거대한 세리모니나 이벤트를 이어가며 살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진정한 삶이 있다. 우리는 이제까지 결과와 성취만을 강조하는세상에서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 사소하게 진행되는 '과정'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 그 일상을 가치 있게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리추얼은 바로 무의미한 듯 반복되는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사소한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드는 리추얼에 관한 이야기다. 어찌 보면 너무 사소해 허탈하기까지도 한 삶의 반복되는 패턴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위대한 예술가, 작가들은 바로 이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드는 리추얼을 통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너무나 흥미롭다. 유명인들이 구체적인 일상을 훔쳐보는(?) 재미에 책을 놓지 못하게 된다. 아하, 하면서 무릎을 치는 통찰도 있다.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추천사에서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단어가 와 닿네요. 이것을 '지속가능한 행복'이라고 바꾸어도 일맥상통할 것 같아요. '지속가능한 행복'의 열쇠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