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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간에 출발하는 배가 있나보다. 뱃고동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뱃고동소리는 참 멀리도 들리는 것 같다. 집이 부두와 꽤 떨어져 있는데 여기까지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이 순간은 밤이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어딘가를 향하여 떠나고, 일을 하고 있다. 분주했던 주말을 마치고, 잠들기 전 다시 책을 펼쳐본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의 영혼을 가로막는 세 가지가 있다고. 

 

첫째, 부정적인 감정에 먹이를 주는 것이다.
둘째, 미리 판단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셋째, 어딘가에 기댐으로써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 세 가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과 훈련, 이것이 삶의 전부다. 

 

부정적인 감정은 상습적으로 우리의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순진하게 아무 생각없이 마실 것도 주고 먹을 것도 주면 부정적인 감정은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다. 내 감정의 습관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혹시 주기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는지. 어떤 특정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고 있지는 않은지. 매 순간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울, 불안, 걱정, 두려움 ... 이런 부정적 감정들의 근원은 어디일까?
모든 우울한 감정은 무력이다. 무력에서 나온다.
언젠가 숲과 들판으로 이루어진 순례길을 걷다가
동행한 친구에게 습관적으로, 무심하게 말한 적 있다.
"요즘 정말 우울해.
뭘 해야 할 지 통 모르겠어.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는군."
친구가 답했다.
"무엇이든, 무엇이든 해.
자전거가 보이면 자전거를 타고
공이 보이면 하늘로 높이 던지고.
병원이 보이면 병원에 들어가 아픈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무엇이든 손에 잡히도록 해봐."
"그게 좋은 처방일까?"
"우울함이 가장 두려워하는 적은 '활동'이야.
활동적인 사람은 우울할 시간이 없지.
우울에게 시간을 내주지 마.
먹이도 주지 말고.
그게 유일한 답이야."

그후 나는 사람들에게 늘 이렇게 조언한다.
"우울이 마음껏 자랄 수 있는 시간과 먹이를 절대 주지 마라."

 

내가 아는 분도 한 때 직장을 그만두고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분이 극복한 방법은 우울에게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었다. 새벽부터 일하는 삼각김밥 제조 공장에 들어가서 쉴 틈 없이 김밥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우울증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냥 아무 생각도 안하고 그 일에 집중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분은 아직도 그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실 우울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을 때니까 가능한 것 같다. 연예인이 정상에 올랐을 때나, 어떤 힘든 프로젝트를 마쳤을 때  번아웃과 겹쳐지면서 우울감이 찾아오는 경우가 흔하다. 적절한 휴식과 활동을 자신에게 처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