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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by 정혜신
우울은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높고 단단한 벽 앞에 섰을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반응이다. 인간의 삶을 죽임이라는 벽, 하루는 24시간뿐이라는 시간의 절대적 한계라는 벽 앞에 있다. 인간의 삶은 벽 그 자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우울한 존재다.
그러므로 우울은 질병이 아닌 삶의 보편적 바탕색이다.
병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말이다.
그의 무기력은 은퇴 후 우울증이라는 병인가.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인가. 아니다.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순하게 수용해야 할 삶의 중요한 감정이다. 노모의 죽음 이야기나 은퇴 후 우울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우울이라는는 내 삶의 파도에 리듬을 맞춰 나도 함께 파도에 올라타야 할 타이밍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이 어째서 우울증인가. 말기암 선고를 받은 사람의 불안과 공포가 왜 우울증인가. 은퇴 후의 무력감과 짜증, 피해의식 등이 어떻게 우울증인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아이의 우울과 불안을 뇌신경 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초래한 우울증 탓으로 돌리는 전문가들은 비정하고 무책임하다. 흔하게 마주하는 삶의 일상적 숙제들이고 서로 도우면서 넘어서야 하는 우리 삶의 고비들이다. 누구도 혼자서는 넘기어려훈 가파른 언덕에서 어떤 태도로 서로를 대할 것인지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허둥지둥 전문가를 찾는 일보다 먼저여야 우리의 삶은 편안할 수 있다.
식수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은 구정물이라도 마신다. 배탈이 나더라도 그건 나중 일이다. 구정물이라도 못 마시면 배탈 이전에 생존이 어렵다. 내 존재가 희미하게 사라져가고 있다고 느끼면 자기 존재 증명을 위해 자신이 감당하지 못 할 일, 심지어는 폭력적 행동도 불사한다. 존재가 소멸된다는 느낌이 들 때, 가장 빠르게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증명하는 방법이 폭력이다. 폭력은 자기 존재감을 극대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누군가에게 폭력적 존재가 되는 순간 사람은 상대의 극단적인 두려움 속에서 자기 존재감이 폭발적으로 증폭되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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