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셋째날이다.
아직까진 별로 힘들지 않다. 몸이 한결 개운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시간도 더욱 여유로와지는 것 같아서 아침에 출근할 때나, 점심을 먹고 올 때나, 허둥거리지 않고 나온다. 시간은 상대적이라고 했던가. 객관적으로 똑같은 시간이지만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고무줄처럼 시간이 늘어나는 기분이 든다.
오후4시, 출출할 때라 사무실 동료가 아이스크림을 쏜다고 한다. 붕어싸만코를 사들고 들어온다.
내가 금식을 시작했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에이...그냥 먹어요." 눈감아 줄 수 있다는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건넨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나는 그냥 아이스크림을 받고서는 냉동실에다 넣는다.
"단식 40일이 지나면 먹지 뭐. 흐흐." 라고 하며.

도파민 금식을 한 이후로 세 끼 먹는 밥이 더 맛있어졌다. 그냥 잡곡밥인데 입안에 방울방울 씹히는 여러 곡물들의 개성있는 쫄깃함에 입이 즐겁고, 집된장을 넣고 끓인 열무된장국이 영혼을 위로해 주는 듯 하다. 싱싱할 때 사와서 얼려둔 부실이를 조린 것도 맛나다.
조금씩 일상적인 것에서 즐거움을 느껴가기 시작하고 있다.
굳이 외식하고, 배달음식 시켜먹을 필요가 없는데, 우린 그동안 당연히 습관처럼 심심하면 뭔가 자극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착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저녁을 먹고 뒷정리를 한 후에 갑자기 피로가 몰려온다. 그대로 잠자리에 들고싶지만 그럴 수 없다.
쓰레기버릴 핑계로 공원에 다녀오자 하고 챙기는데 막상 버릴 쓰레기는 없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밖으로 나온다.
바람이 어느새 청량하다. 인증샷으로 한장 찰칵, 사진도 찍는다.

매일 일기를 적다보니 최종 목적지까지 가기까지 성취감도 생기는 것 같다. 이래서 목표를 정하고 일기를 쓰라고 하는가 보다. 멀리 내다보지 말고, 그날 하루만 성공을 하려고 하면 된다.
내일부턴 좀 더 일찍 일어나 볼까...욕심이 생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