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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365

공부의 정석

M.Rose 2022. 10. 21. 15:21

 

초등학교 3학년 조카녀석때문에 <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를 읽게 되었다. 돌아보니 나는 수포자였다. 고등학교 들어서면서 수학점수가 바닥을 맴돌았으니까. 요즘 조카를 보면서 나처럼 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에 아이가 어떻게 하면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평생 가지고 갈 도구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나이가 들고 보니 우리 주변에 수학의 결과물들이 널려 있다는 걸 아는데, 어렸을 때는 그냥 시험을 보기위한 과목에 지나지 않았다. 과거의 수학선생님들이 교과서를 가르치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수학을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수학의 유용성을 깨닫는 방식으로 수학을 가르쳤더라면 하고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일단 재미를 느끼면 거기에서 멈추지 말고,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다양한 정의와 정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암기의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부족했던 점은 이것인 것 같다. 암기는 모든 지식의 기본이다. 사회나 국사과목만 암기과목이 아니라 모든 과목은 암기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암기를 어떻게 잘 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연구대상이다. 곡 하나가 한 시간이 넘어가는 악보를 외워서 치는 피아니스트들은 음악에 스토리를 입혀서 외운다고 한다. 부분, 부분마다 장면을 연상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멜로디를 외우는 것이 단순 텍스트를 외우는 것보다 쉬운 것 같기는 하다. 고려시대 조선시대 왕의 이름을 노래에 입혀서 외우기도 하니까. 하지만 수학공식이나 경제학 공식 같은 것들은 참 외우기가 어려운 것 같다. 노래를 입힐 수도 없고, 수학기호들이 섞여있어서 흔히 얘기하는 '기억의 궁전'같은 것을 만들 수도 없다. 현재로선 반복 말고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 

 

 

 

문제를 풀려고 할 때, 어려우면 해설을 바로 봐도 될 지 고민될 때가 있다. <수학으로 생각하기>를 읽다보니 수학을 요리에 빗대어 설명하는 부분이 참 와닿는다. 

 


아무리 수학을 잘한다고 해도 처음 배우는 정리나 공식을 본 순간 바로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예제나 연습문제도 한 번 봐서는 풀 수 없을 때가 더 많고요. 그럴 때는 누구나 차분히 해설을 읽습니다. 그러나 해설을 읽고 나서 문제를 풀 수 있느냐 마느냐는 '수학에 점점 자신감이 붙는 사람'과 '여전히 못하는 사람'처럼 완전히 다르지요. 

 

자신감이 붙는 사람은 해설을 읽고 이해하는 단계에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거시적으로 파악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큰 줄기를 이해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해설을 보지 않고 끝까지 풉니다. 

물론 이해한 것 같아도 푸는 도중에 다시 헷갈려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설을 보며 전체를 조감했기 때문에 곰곰 생각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요. 어쨌든 중간에 해설을 보지 않고 끝까지 풀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막혔을 때 멈추지 않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던 경험이 피와 살이 되어 수학머리로 단련됩니다. 

 

한편 계속 수학을 못하는 채 남아 있는 사람, 여기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첫 번째 타입은 해설만 이해하고 끝내는 사람. '읽거나 들어서 이해한다'와 '스스로 할 수 있다'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악기 연주나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요. 안 것을 할 수 있게 되려면 반복해서 연습해야 하는데 공부만은 왠지 '안다=할 수 있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읽거나 들어서 알았을 뿐인 상태가 지속될수록 스스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0%가 됩니다. 

 

두 번째 타입은 해설을 보고 스스로 풀어보지만 헷갈려지면 바로 해설을 다시 들추는 사람, 해설을 읽고 나서 스스로 푸는 점에서는 첫 번째 타입보다 훨씬 낫지만, 중간에 헷갈릴 때마다 해설을 다시 본다면 좀처럼 수학의 힘이 생기지 않습니다. 

 

저는 요리를 잘하는데 처음 만드는 요리는 당연히 레시피를 봅니다. 단, 요리를 못하는 사람과는 관점이 좀 다릅니다. 저는 요리하기 전에 레시피를 쑥 훑어보고 전체 흐름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일단 요리를 시작하면 절대로 레시피를 보지 않습니다. 한편 요리를 못하는 사람은 레시피를 옆에 두고 일일이 확인하며 요리를 합니다. 그러면 언제까지나 그 요리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 레시피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창의적인 시도도 못하지요. 

 

요리란 원래 대강의 본질은 같습니다. 구체적인 요리법만 조금씩 다를 뿐이예요. 그러니까 그 요리의 특징만 처음에 이해하고 나머지 부분의 흐름은 요리의 본질대로 나아가면 그만입니다. 

 

수학 문제 풀이도 하나하나 순서를 확인하며 하는 요리처럼 한다면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식 변형 때마다 해설을 본다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스스로 풀 수 없게 됩니다. (pp. 161~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