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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가? 잘 살기 위해선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 이 책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는 죽음을 여러가지 측면으로 비춰보고 있다. 물리적인 측면, 형이상학적 측면, 사회적 측면 등등.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죽음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에 답하고 있다.
최준식 교수는 <종교를 넘어선 종교>에서 여러 종교가 제시하는 '행복 획득법'으로 기독교의 사랑, 불교의 자비 그리고 유교의 인을 들면서 "진정한 행복이란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살 때만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제각기 독립된 존재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두가 서로 연결된 존재이다. 연세대 철학과 김형석 명예교수도 얼마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백살 가까이 나이가 드니까 나자신과 내 소유를 위해 살았던 것은 다 없어져요. 남을 위해 살았던 것만이 보람으로 남습니다."라고 말했다. 여러 종교가 제시해 온 행복해지는 법을 실천하며 살아오신 것 같다. (p. 245)
아름다운 죽음을 위하여
완화의료 전문의 아이라 바이오크는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죽음 직전의 사람들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라는 책을 펴냈다. 말기 암 환자 등 수많은 환자들의 임종을 지켜본 그는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으로 다음 네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 첫째, 사랑해요
- 둘째, 고마워요
- 셋째, 용서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 넷째, 안녕히 가세요
환자가 호흡이 불안정해지고 의식이 나빠지면 대형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 기관절개술을 받는다. 이후 그 환자는 가래 뽑는 소리, 인공호흡기와 모니터에서 나는 소음 등으로 어수선한 환경에서 지내다가 수십 년간 함께 살아온 가족들에게 작별인사 한마디도 전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것이 보통이다.
이와는 대조적인 경우도 없진 않다. 2013년 12월 26일 방영된 <KBS 파노라마> (블루베일의 시간)에서는 국내 최초의 호스피스인 강릉 갈바리 의원에서 임종을 맞는 말기 암 환자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53세의 간암 환자는 아직 의식이 맑을 때 가족과 함께 그간 미처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편지로 나눈다. 그리고 떠날 때가 되었을 때 온 가족에 둘러싸여 마지막 숨을 거둔다. 가족과 형제 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는 임종자의 손을 잡고서 "고마웠어요. 사랑해요.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편안히 떠나세요."라고 작별인사를 한다. 호스피스 실무자가 환자에게 "환한 빛을 따라 가세요."라고 안내해 주는 가운데 임종을 맞는다. 이는 앞에서 말한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에 상당 부분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의사가 환자에게 호스피스 이야기를 꺼내는 건 힘이 든다. 호스피는 사람들이 죽으러 가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얘기를 꺼내기 힘든 것과 마차가지다. 그런 걸 미리 써 놓으면 죽음이 일찍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걸 느껴서인지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심각한 병에 뎔컥 걸리게 되면 이야기하기는 더 힘들어진다. "나보고 빨리 죽으라는 이야기냐? 재수 없는 이야기를 왜 하느냐?" 화를 내기도 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혀 표현해 놓지 않은 채 위급한 상황이 되면 일이 어렵게 된다. 의료진은 환자가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온갖 응급처리를 다 하게 된다. 또 적지 않은 경우에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로 가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병원이 질병 치료를 위한 곳이라면 호스피스는 남아 있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곳이라는 점에서 서로 지향저밍 다르다. 호스피스를 죽으로 가는 곳이라고 인식하기보다는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곳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필요하다. (pp.247~248)
소걀 린포체는 <티베트의 지혜>에서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죽어 가는 당사자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분명히 들어야 하는 두 가지의 언질이 있다. 하나는 죽어도 된다는 허락의 언질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죽은 이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잘 지낼 수 있으며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안도의 언질이다. 당사자에게는 죽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일찍 말해 주어야 하며, 손실의 고통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죽어 간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감춰서는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기가 어렵다.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이다. (키케로)
죽음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알 수 없는 세계로 가는 것이다. (칼 융)
우리는 모두 존엄한 죽음을 맞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 권리는 개개인의 삶으로부터의 준비에서부터 나온다. 최소한 우리는 각자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을 향해서 우리 삶의 각도를 맞춰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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