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Thinkking fast and slow]
정신적으로 전력을 다할 때 우리는 사실상 눈뜬 장님이 된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의 저자들은 피험자들이 패스 횟수를 세느라 정신없게 만듦으로써 그들이 고릴라를 '못 보게' 했다.
...
능숙한 일일수록 거기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양은 줄어든다. 수많은 두뇌 연구결과들은 특정 행동과 관련된 활동 패턴은 기술이 늘어나면서 두뇌 영역의 개입이 줄어드는 식으로 바뀐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산책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면 걷기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더 빠른 걸음으로의 전환은 논리 정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급격히 저하시킨다. 따라서 일련의 생각에 결론을 낼 수 있는 능력은 손상된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의지력에 기대지 않고서도 장시간 엄청난 노력을 투자한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Mihaly Csikszentimihalyi는 이런 식으로 별로 애쓰지 않고도 집중하고 주의하는 상태를 누구보다 많이 연구했는데, 그가 이런 상태를 칭한 이름 '몰입(flow)'은 심리학계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이다.
...
시각적으로 먼저 제시된 단어가 나중에 제시된 단어의 처리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점화효과'(priming effect)라고 한다. 여기서 '먹다'는 '수프'에 대한 생각을, '씻다'는 '비누'에 대한 생각을 점화시켰다.
점화된 생각들은 비록 강도는 약하더라도 다른 생각들을 점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
이런 놀라운 점화현상(생각에 의해서 행동이 영향을 받는 것)은 '관념운동 효과(ideomotor effect)'라는 말로도 알려져 있다. 분명 의식하지 못했을지 몰라도 이 문단을 읽은 당신도 점화됐을 수 있다. 당신이 물을 마시기 위해 일어서야 했다면 노인을 혐오하지 않는 이상 의자에서 일어나는 속도가 평소보다 약간 더뎠을 것이다.
관념운동의 관계는 역으로도 작용한다. 학생들은 평소 걷는 속도의 약3분의 1정도에 해당하는 분당 30걸음씩 5분 동안 방 안을 돌아다녔다. 이 짧은 경험 뒤에 학생들이 'forgetful', 'old', 'lonely'처럼 노년 관련 단어들을 인식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상호 점화효과들은 정합적 반응을 생산한다. 당신이 노년을 생각하게 되었다면 노인처럼 행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그렇게 행동하면 노년에 대한 생각이 다시 강화된다.
연상 네트워크 내에서는 이런 '상호 연결reciprocal link'이 흔히 발생한다. 우리는 즐거우면 미소를 짓는데, 미소를 지으면 즐거워지기도 한다.
대학생들은 입에 연필을 문 상태에서 만화가 게리 라슨의 만화<The far side>의 유머 수준을 평가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자신이 웃고 있다는 걸 의식하지 못한 채 '웃고 있던' 학생들은 '얼굴을 찌푸리고' 있던 학생들에 비해 만화를 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 양쪽 눈썹을 모두 치켜뜨는 식으로 인상을 쓴 학생들은 굶주린 아이들, 싸우는 사람들, 불구가 된 사고 희생자들이 담긴 속상한 그림들에 더욱 감정적으로 반응했다.
...
돈에 대한 생각이 개인주의, 즉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간섭하거나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를 꺼려하는 개인주의를 점화시킨다는 점이다. 이 연구를 수행항 심리학자 Kathleen Vohs는 결과의 의미를 논의하길 자제하며 그 해석을 독자들의 몫으로 남겼다.
점화효과 연구들은 인간에게 죽음을 상기시킬 경우 권위주의적인 생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이는 죽음의 공포라는 맥락 속에서 재차 확인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
몇 년 전에 심리학자인 티모시 윌슨은 <나는 내가 낯설다Strangers to Ourselves>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우리는 좀처럼 그를 볼 수 없지만 그는 우리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을 통제한다.